남편과 저는 정 반대의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격, 성향, 취향 뭐 하나 맞는 게 없습니다. 아, 한 가지 내향적인 성향이라는 점은 닮았습니다. 남편은 플랜 A, B를 세우고 예상 가능한 변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저는 적당히 계획을 세우고 변수가 생기면 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입니다. 남편은 그런 제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식당을 고르거나 물건을 살 때도 남편은 최고 맛집, 가장 좋은 품질을 찾습니다. 저는 그저 ‘적당하면 괜찮다’입니다. 저는 지나치게 재고 따져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이 답답합니다. 저는 타인이 울면 함께 우는 편입니다. 노래를 부르다가도 혼자 감정이 복받쳐 울먹거리기도 합니다. 폭력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를 보면 맞는 사람이 얼마나 아플까 가슴 졸이며 잘 보지 못합니다. 반면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양파를 썰 때 정도입니다. 어떤 영화를 보든 가장 강한 사람,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하여 신나게 즐깁니다. 이렇게나 너무 다른 우리를 각자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남편은 ‘자기중심적인 사고’, 저는 ‘타인 중심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보통은 제가 남편에게 맞춰서 사고를 하고 생활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희생정신이 강해서 엄마가 아이 돌보듯 남편을 돌본다면 아마 트러블이 없었을까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너는 순하지만 착하지는 않아’ 그 말은 저를 설명하는 데 의외로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눈에 씌워졌던 콩깍지가 벗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참 많이도 다퉜습니다. 너무 다퉈서 이제는 서로의 마지노선을 알죠. 가끔은 ‘저 선을 넘어? 말어?’ 하며 여유로운 고민도 합니다. 그 선을 넘었을 때 다음 상황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까지 가진 우리는 그야말로 부부 싸움으로는 무림의 고수들입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종종 저의 시간을 갉아먹습니다. 회사에 있어도 원격으로 궁금한 것, 급하지는 않지만 지금 막 해결하고 싶은 것들을 제 손을 빌려 해결을 하곤 합니다. 마음 약한 저는 저의 시간을 남편에게 또 나눠 주기도 잘합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기 싫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거절을 해야 하는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나를 자기 부속처럼 사용해?’라고 화가 나지만 그 화를 표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대사가 있습니다. "미안한데, 그거 지금 급해?", "미안하지만, 지금은 ---때문에 그거 못해줘" 이렇게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입니다. 속에서는 열불이 나지만 남편은 알 길이 없지요. 그러고서 저는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이영지의 <Not Sorry> ’미안해, 하나도 하나도 아무것도 미안하지가 않아서 ‘ 다섯 번 정도 반복 재생하고 나면 열불이 나던 속이 좀 풀립니다. 그러고 나면 그제야 제 일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우리는 왜 이럴까요? 남편은 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까요? 저는 왜 싫으면서도 남편에게 맞추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요? 사실 남편은 쿨한 사람입니다. 제가 싫다고 하면 부탁을 억지로 하지는 않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싫다 하는 제게 불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한 번 찔러보는 겁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저는 그게 잘 안됩니다. 조금 손해를 보는 게 편합니다. 타인에게 압박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 둘째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던 때에 "친구 00 이는 착해서 좋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착하냐고 물어봤습니다. "00 이는 싫으면 싫다고 말해줘요." 또 어느 날은 "엄마, 담임 선생님 정말 좋아요." 그러기에 또 물어봤습니다. 왜 좋은지. 둘째는 또 말합니다. "안 되는 거랑 되는 거랑 규칙을 확실하게 말해줘서 좋아요."

 

  나에게 모두 맞춰준다고 해서 그게 착한 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잠시 서운할지라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 주어 스트레스와 감정 낭비를 줄여준다면 그게 바로 착한 사람일 겁니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저는 거절을 당할 타인의 감정이 신경 쓰입니다. 그로 인해 되돌아올 나를 향한 평가가 걱정됩니다. 그래서 저를 깎아 상대방에게 줍니다. 저는 과연 착한 걸까요?

 

  “그래도 나정도 성격이나 되니 당신을 받아주지, 나 아니었으면 당신은 누군가와 평생을 티격태격하며 살았을걸?” 그러면 남편은 사람 좋게 허허 웃으며 “그렇지, 그렇지,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말은 사실 남편에게 공치사를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손해 보는 것 같은 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말이지요. 타인을 중심에 놓으며 나를 소외시킨 저는 그렇게 스스로를 띄워주는 척하며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이런 마음까지 남편이 알리는 없겠지만 그게 제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하나도 미안하지 않으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가는 저의 삶의 방식입니다.

 

-이만 총총

 

Posted by 언니 ^-^

부탁의 말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누리가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
자신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

등교한 지 15분쯤 지났을까, 누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프린트물 폴더를 두고 간 모양인데 가져다 달라는 말을 당차게 못하고 "내가 가지러 가야 하는데..." 하면서 말을 흐리더라.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차게 말하는 마루와는 반대로 누리는 많이 소심한 편이다. 속 마음이 여린 건 마루가 더 한듯한데 표현하는 건 딱 반대다.

하필 내가 몸이 좋지 않은 날이라서 더 망설였겠지. 그래도 다행이 누리가 일찍 등교했기에 내가 프린트물을 가져다 줘도 충분한 시간이라 부담이 없었다. 그정도는 누리도 알 것 같은데. 그러면 좀 더 당당해도 될 것 같은데.

누리의 소심한 성격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더 뻔뻔해져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누리 성향을 고치기 힘들거다. 정말 뻔뻔해지려 노력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프린트물을 전해주고 돌아와 카톡으로 조심스레 마음을 전했다.

"네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더 자신있고 당당하게 부탁해도 괜찮아", "그러고 나서 고맙다 한마디 하면 충분해, 조금 무거운 부탁이었다면 '나중에 밥 한번 살게'하면 되지. "하고 말이다.

오늘따라 누리에게 마음이 많이 쓰인다. 도움받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은 기특하지만 그렇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누리가 알았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거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언니 ^-^

5월을 늘어지게 보내고 6월 달력을 펼치며 또 다짐해 본다. 6월은 정말 잘 살아보겠다고. 이번 달 상기할 마음가짐을 적고 해낼 업무와 개인적인 용무를 적는다. 적다가 과거의 기록들을 뒤적거려 보니 3월에도 4월에도 계속 다짐을 하긴 했더라;;; 작심 3일도 10번만 하면 한 달인데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응ㅜㅜ 나아지고 있다고 희망회로 돌려보자.

굿노트 플래너 2025REC

월간 페이지의 시작은 늘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텅텅이로 시작하기 일쑤지만 날이 지나면서 채워지는 즐거움들이 있기는 하지. 캠핑이 두 개나 예약되어 있고 사랑하는 독서모임의 1주년 오프모임이 있다. 회원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는데 벌써부터 두근거려.

 

 

굿노트 플래너 2025REC

잘 살아보겠다고 다음 한 주를 체크 하는데 업무시간 확보가 안되네. 징검다리로 놓여있는 쉬는 날들을 보니 시작부터 망가질 리듬을 걱정했는데 곧 갑자기 진짜 잘 살아내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잘해봐야지.ㅋ

 

 

Posted by 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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