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남자와 결혼하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몇가지 중에 “음식”이 있었다.

분명 깻잎향 같은데 뭔가 더 자극적이고 진한 이 향은 한동안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제일 많이 쓰인 음식은 전과 된장찌개. 그 담엔 추어탕이나 장어국. 장어국도 시집가서 처음 먹은거지만...

아무튼. 그리 적응 못할 것 같은 그 향이 익숙해 지다가, 멀다는 핑계로 시댁발걸음이 뜸해질때면 그립기도 했다.

언젠가 친구들과 삼청동에서 놀다가 들렀던 어떤 식당에서 나온 장떡에서 그립던 맛을 보고 어찌나 좋던지...
그 특유의 향을 못견뎌 먹질 못하는 친구들에게 못먹어줘서 고맙다 하며 장떡을 혼자 차지했던 기억도 나네...


마트에서 방아잎을 찾아봐도 보이질 않더니 농협인가 어디 마트에서 발견 했을땐 비싼 몸값에 선뜻 데려 오질 못했다. 깻잎의 반도 안되는 사이즈의 방아잎 몇장 담아 놓고 3,000원 이라니...
한끼 된장찌개에나 넣을까.... 지짐을 해 먹으려면 택도없다...

사실 방아잎은 재배라고 할 것도 없이 경상도 들녘 어디에나 피어있다.
필요 할때마다 쓰윽 훑어가면 그걸로 지짐도 하고 찌개도 하고. 그런걸 사 먹으려니 손이 안가지...

수술후 집안일이며 아이들 돌보는 일이며 힘들 나를 생각 해서 멀리서 어머님이 오셔서 된장찌개를 끓여주셨는데 세상... 먹고싶었던 그리웠던 그 된장찌개인거다.
방아잎을 가져오신거냐 여쭈었더니 아파트 주변 산책하다가 방아잎이 있길래 뜯어오셨단다.

방아잎은 뜯으면 뜯을수록 잎도 풍성해지고 옆으로 자란다는데 누가 건들지도 않았던지 세 포기정도 되는 방아가 위로만 위로만 자라 있더란다.

엄니 말을 듣고 나가 보니 집 앞 개척교회 담벼락에 초라하게 세 포기가 나란히 서있더라. 그중에 제일 작은 녀석을 뿌리채 힘주어 뽑아 집으로 데려왔다.

벌레먹은 잎은 속아내고 겨우내 관리 못해 죽여버린 허브가 있던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허브란다. 토종허브. 영어이름은 Korean Herb 란다. 그 정도로 대표 허브라나 뭐라나.

효능 효과가 참 여러가지이고 그 중 ”암” 어쩌고 하는 부분에서 한 동안 눈길이 머무르기도 했지만 머리에 다 담아 두기엔 내용이 너무 많아서 그냥 꽤 좋은 녀석이구나... 하는 정도로만 마음에 담아두었다.

가지를 예쁘게 이발하고 대가 좀 굵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싶은 녀석은 이렇게 물꽂이를 해 두었다.



양지에서도 반음지에서도 잘 자란다 하니 아파트 발코니에서도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반가워. 방아잎아. 잘 지내보자.
이왕이면 가을에 예쁜 보라색 꽃도 보여주고 애기씨도 나누어 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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