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서 데뷔한 이래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긴 고 박완서 선생이 말했다.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박완서 선생은 인생을 등산에 비유했다.
힘겨운 오르막길은 길고 산의 정상에서 맛보는 환희의 순간은 지극히 짧은 것인데,
그게 만약 인생이라면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도 선생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도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보초병보다 더 끈질기게 원고를 붙잡고 있었다.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면 절대로 견뎌 낼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히 삽질이라고 하면
이곳저곳 파다 그만두는 걸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 과정 자체에 지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인색하다.
직업이든 취미든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노력한 만큼
반드시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한번 해 보는 일에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청춘의 객기라는 말이 통했고,
모험이야말로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플랜 A가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플랜 B가 없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럴수록 그저 시행착오가 적은 길,
남들이 이미 검증해 놓은 길을 택하는 게 안전하다고만 여기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일을 한번 해 보는 경험이 당장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해 본 경험,
그 씨앗이 뒤늦게 마흔 살이 넘고 쉰이 지나서야 꽃을 피울 수도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마흔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만약 그들이 젊은 시절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엉뚱한 곳에 삽질이라도 해 봤다면 어땠을까?
씨앗 하나 심을 만한 작은 웅덩이라도 파 놓았다면 어땠을까?
설사 퇴직을 앞두고 있어도 인생 2막에 심어야 할 씨앗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요”하는 말을 자신 있게 하지 않았을까?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나는 현명한 외면보다는 열정적인 실책을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실수도 많겠지만 그만큼 인생에 후회가 적다.
그러니 딸아,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마음껏 삽질해 보고,
퍼낸 흙으로 삶의 토양을 기름지게 가꾸어 나가라.

 

- 한성희의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중에서

 

 ‘삽질정신’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기로 한 일,
 하고 싶은 일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환경이 어떻든
 될 때까지 파는 묵묵한 정신, 이걸 ‘삽질정신’이라고 한대요.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이는 분들, ‘삽질정신’이 필요합니다.



출처 : 라디오)김창완의 아침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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